22023

노트 2022. 3. 4.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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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페친들 타임라인에 가장 많이 등장한 인물이 김진숙이었다. 1986년에서 2022년까지. 해고 37년 만의 복직이었다. 퇴직과 함께 한 복직이었지만 이 복직을 위해 37년간 정말 애 많이 쓰셨고 고생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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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이 아침을 먹으며 말했다.

“당신이랑 제주도를 가는 꿈을 꿨어. 크루즈 있잖아. 그걸 타고 가는 건데, 배가 한 3층은 되더라고. 엄청 크고 화려한 것이. 주차장에서 내려 휠체어 밀고 배 앞으로 가서 선실로 올라가려는데, 세상에, 경사로가 경사로가, 미끄럼틀처럼 생긴 반질반질한 금색 경사로가 끝이 안 보일 만큼 높고 긴 거야. 햇빛을 받아 반짝이면서. 완전 절망적이었지. 그래도 어떡해. 휠체어를 밀고 올라갔지. 올라가다 미끄러지고 올라가다 미끄러지고 또 미끄러지고. 시시포스처럼. 그러다 어떻게 어떻게 올라갔어. 근데 조폭들처럼 생긴 사내들 한 무리가 있더라고. 이놈들이 내려가라는 거야. 자기들이 전부 다 빌렸으니 접근금지라며 쫓아내더라고. 실랑이를 하다 결국 배에서 내렸어. 그래도 제주도는 가야하니까 비행장으로 냅다 달렸지. 휠체어를 밀면서. 가까스로 비행기를 탔고 제주에 내렸어. 근데 공항 앞에 떡하니 전철이 있네? 전철을 타고 출발했는데, 참나, 도착해보니까 광주야. 광주. 제주에서 갑자기 웬 광주? 스펙터클한 개꿈이었나 봐. 그나저나 꿈속에서 얼마나 휠체어를 밀고 달렸는지 아침부터 피곤하네. 피곤해. 하 하.”

내 꿈속의 나는 여전히 걷거나 뛰는데, 원의 꿈속에서는 휠체어를 타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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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유를 알아보려 검색했다. 상단에 올라있는 글들을 클릭해 들어가 보니 대개가 주식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느라 열을 올리고 있었다. 뭔가 비현실적인 게임 속에서 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에 오싹했다. 저 멀리서 전쟁으로 인해 죽어가는 사람들이 그저 게임 속의 캐릭터일 뿐이어서, 게임머니 획득에 영향을 끼치는 게임 속 사건일 뿐인, 이곳의 실제 삶과는 아무런 상관없는 그런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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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아니 청소년의 중학 입학을 기념하여 속초에 도착했다. 숙소에 짐을 풀고 속초해변으로 갔다. 바다는 짙푸르고 바람은 거셌다. 바다 가까이에서 과자를 던져주는 사람들 주변으로 갈매기들이 바삐 날아다녔다. 청소년이 다섯 살 때인가? 이곳에 왔었다. 원과 청소년이 바다를 배경으로 나무데크에 서서 찍었던 사진이 기억나 같은 배경을 찾아보았으나 대관람차와 공연장 등이 들어서는 등 많이 바뀌어 찾을 수 없었다.

바다를 보던 청소년이 핸드폰을 꺼내 하늘을 향해 가만히 들더니 한참 그러고 있었다. 동영상을 찍는 모양이었다. 핸드폰을 내린 청소년이 말했다.

“아빠, 저기 저 갈매기 좀 봐. 날개도 움직이지 않고 아까부터 한 곳에 가만히 있어.”

사람 주변의 갈매기 무리와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 한 마리가 날개를 편 채 바람을 타면서 정지해 있는 것처럼 날고 있었다.

“쟤 나랑 닮은 것 같지 않아? 막 날아다니지 않고 태평하게 떠 있잖아. 최대한 조금만 움직이면서. 다른 애들이랑 막 섞이지도 않고. 맘에 들어. ‘높날갈멀본’인가 봐. 갈매기의 꿈에 나오는 그 갈매기 있잖아. 꿈 있는 갈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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