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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 2017. 10. 12. 19:49

18  한 주 동안 미니멀리즘 음악의 대가로 손꼽히고 있는, 본인은 이제 스스로를 미니멀리즘 작곡가가 아니라 '반복되는 구조'를 활용한 고전음악 작곡가라고 칭하고 있다는 현대음악가 필립 글래스의 음악을 들었다. 시카고대학에서 수학과 철학을 전공한 필립 글래스는 졸업 후 무조음악에 관심을 갖게 되어 줄리아드학교에서 작곡을 공부했으며, 이어 파리로 가서 나디아 불랑제에게 배웠다고 한다. 그곳에서 만난 인도의 시타르 연주자 라비 샹카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고, 이후 작곡 스타일에 그의 영향이 반영되었다고 한다. 채식주의자이고 티베트 독립의 후원자이면서 리처드 기어 등과 함께 티베트하우스의 공동창립자이기도 한 그는 스스로를 '유대교 신자이자, 도교 신자이자, 힌두교 신자이자, 톨텍교 신자이자, 불교 신자'라고 했다고 한다. 귀 기울여 들은 곡들은 <바이올린 협주곡>, <Metamorphosis>, <첼로 협주곡>, <‘The Hours’ Soundtrack>, <The Photographer>, <Koyaanisqatsi>, <American Four Seasons>, <교항곡 4번 ‘Heroes'>, <교향곡 2번>. 듣다가 만 곡들도 있었고 여러 번 들은 곡도 있었으며, 작곡가에게 있어서나 음악사적으로나 주요한 곡들을 부러 선택하여 듣지는 않았으니, 이름하여 ‘필립 글래스 주간’이라 했지만 결국 내 취향에 따른 선곡인 셈이었다. 예술적 기교나 장식 등을 최소화하고 단순하고 간결한 형식과 내용으로 삶과 예술의 본질을 표현하려 했던 미니멀리즘을 지향한 때문일까? 단조롭고 단순한 음과 리듬이 반복을 통해 조화를 이루는 그의 음악은 난해하지 않았고 복잡하지도 파격적이지도 않았다. 분주한 도시에서 살아가는 삶의 저변을 관찰자적 시점으로 표현해 낸 ‘냉정한 비애’가 느껴졌다고 할까? <바이올린 협주곡>, <Metamorphosis>, <‘The Hours’ Soundtrack>, <The Photographer> 등은 후에도 가끔 찾아 들을 것 같다.


17  잠자리에 누운 원과 아이가 늘 그렇듯 어둠 속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컴퓨터 앞에 앉아 글을 정리하며 흘려 듣고 있었는데 아이의 말이 귀에 쏙 들어와 귀 기울여 들었다. 앞의 이야기를 듣지 못해 맥락은 알 수 없으나 아이가 이렇게 말했다. “아빠는 왜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택해서 세상에 왔을까? 엄마는 왜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를 택해서 세상에 왔을까?” 원이 졸린 목소리로 글쎄라고 대답하고는 아이에게 너는 왜 아빠와 엄마를 택해 왔느냐고 물었다. 아이가 대답했다. “엄마는 등에 날개가 있어서 그걸 보고 왔지.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마음에 쏙 들어. 내가 선택 하나는 잘 한 거지. 아빠는 건강해서 택한 거고. 내가 태어날 때는 건강했잖아. 다친 건 일곱 살 때고. 지금도 다친 데 말고는 나이에 비해서 건강하잖아. 나는 이 가족이 참 좋아. 잘 왔어. 정말.”


15  산책




14  학교 ‘알뜰시장’이 열렸다. 아이는 여기저기서 받아 쌓여있던 레고 조각들을 제 맘대로 조립해 만든, 스스로 말했듯이 ‘세상에 둘도 없는’ 용머리 탱크와 미래 자동차, 우주선, 무한궤도 월면차 등을 만들어 좌판을 벌였다. 나노블록미니언즈와 전갈모형나무퍼즐 등이 합세한 좌판은 10분 만에 동이 났다. 완판을 하고 번 돈 9,000원을 들고 돌아다니며 딱지 한 소쿠리, 롤링 레고, 엘이디 스피너 등 8,500원 어치 쇼핑을 하고 3,000원을 기부했으며 3,000원을 투자해 엄마 아빠 선물을 샀다. 계산이 하 수상하지만 아이는 분명 자기가 물건 팔아서 번 돈으로 기부하고 선물을 산 것이라고 두 차례에 걸쳐 강력히 주장했다. 철석같이 믿어주었다. 선물은 1.7L 지평생쌀막걸리. 지금 수제 소시지와 양상추게맛살 샐러드를 안주로 마시고 있다. 세상에, 아들이 받아온 막걸리를 다 마시다니. 막걸리가, 인생이 달달하다.


12  ■ 입원 중 가장 많이 들었던 재즈 음반 5

01. Ahmad Jamal Trio_But Not for Me(at the pershing)

02. Charlie Byrd_Blues Sonata

03. Miles Davis_Kind of Blue

04. Duke Jordan_Flight to Denmark

05. John Coltrane_Favorite Things


■ 입원 중 가장 많이 들었던 포크 음반 5

01. Gregory Alan Isakov_Song for October

02. Rachel Sermanni_Gently

03. Josh Ritter_Hello Starling(Acoustic Set)

04. Angus & Julia Stone_Memories of an Old Friend

05. Ane Brun_Special Compilation


11  다치고 나서 8개월 후, 녹색병원으로 전원을 하고 난 뒤 몸과 마음에 여유가 생겨 본격적으로 클래식 음악을 듣기 시작했다. 내 생애 처음으로 가장 많은 시간과 공을 들여 음악에 집중했다. 레퍼토리는 대략 40여명의 작곡가에 120여 곡 쯤. 한 번 듣고 만 곡도 있고 여러 번 들은 곡도 있었는데 퇴원하고는 잊고 지냈다. 간혹 듣기는 했으나 글을 정리하거나 작업을 할 때 틀어놓는 배경음악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다 오늘 고래씨에게 필립 글래스를 소개받아 틈틈이 들으며 하루를 보냈다. 병원에서 그의 ‘Metamorphosis’와 ‘바이올린 협주곡’, ‘첼로 협주곡’을 들었으나 영화 <디 아워스>와 <쿤둔>의 음악을 작곡했고 박찬욱 감독의 영화 <스토커> 음악도 담당했다는 건 알지 못했다. 찰리 파커 등의 재즈에 심취했다는 것도, 미니멀리즘의 거장인지도, 20세기 음악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중 한 사람인지도 몰랐다. 티베트 독립 후원자이고 ‘티베트하우스’의 공동창립자이며 채식주의자라는 사실도 알지 못했다. 그저 음악만 들었다. 하여 생각했다. 다시 클래식 음악에 집중해보자. 이번에는 작곡가와 곡에 대해서도 알아보면서. ‘작곡가 주간’을 설정하면 어떨까. 필립 글래스 주간, 오스카 나바로 주간, 아르보 패르트 주간, 베토벤 첼로 협주곡 주간, 모차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주간 등등. 그 시작으로 이번 주는 ‘필립 글래스 주간’을 갖자고.


■ 입원 중 가장 많이 들었던 클래식 곡 10

01. 드보르작.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위한 로망스 Op.11

02.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0번 D단조 k.466

03. 그리그. 피아노 협주곡 A단조 Op.16

04. 오스카 나바로. 오보에 협주곡 ‘Lecacy’

05. 엘가. 첼로 협주곡 E단조 Op.85

06. 베토벤.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3번 A장조 Op.69

07.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 BWV.998

08. 슈베르트. 8중주 F장조 D.803

09. 말러. 교향곡 4번

10. 슈베르트.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환상곡 C장조 D.8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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