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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 2011. 6. 28. 11:49

크레인 위에서 전기는 그냥 불을 밝히는 수단만은 아니었다. 깜깜절벽, 절해고도. 세상이 깊은 바닷속이다. 한두 모금 숨쉴 용량만 남은 산소통 같은 트윗은 불안하다. 오늘밤도 길 건너편 보도블럭 위에 앉아 긴긴 밤을 밝히는, 누가 부르지 않아도 오는 저들. 불꽃 같은 사람들. - 김진숙(30)

꿈 이야기. 바다에 나가 고기를 잡는다. 낚시가 아닌 작살. 도구를 다루는 솜씨가 마치 코난처럼 능수능란하다. 고기를 망태에 담아 돌아오다 세계적인 타악기 주자를 만난다. 얼굴은 검고 머리카락은 레게 스타일. 그는 커다란 솥과 들통, 양푼 등을 뒤집어엎어 격정적이고 리드미컬하게 연주를 한다. 이리 갔다 저리 갔다 분주하다. 온이도 들통을 두드리고 태홍과 나는 막춤을 춘다. 내가 태홍을 들어 빙글 빙글 돌리기까지. 생전 춤 한 번 근사하게 추어본 적 없던 나는 유연하고 박자 감각 또한 뛰어나게 몸을 흔든다. 판이 끝나고 레게 머리의 타악기 주자와 나는 힙합 스타일로 서로 몸을 부딪친다.(29)

작업실 현관문 앞에 전에 살던 사람이 엉성하게 만든 나무 우체통이 있다. 우편물이 보여 집으려 하자 새 한 마리가 화들짝 우체통을 빠져나와 멀리 날아갔다. 깜짝 놀라 조심스레 우체통 안을 들여다보니 구석에 조그만 둥지가 있고 그 안에 알이 두 개 있다. 언제 여기에 둥지를 틀었지? 많이 놀랐겠구나. 몰랐다. 미안하다. 문목수 왈 "새가 집을 지었으니 우편물을 문 앞에 놓아달라는 메모를 써놓으셔야겠네." (27)

주말에 비바람이 거셌다. 집 앞 500년 된 느티나무 세 그루의 무성한 가지와 잎들이 미친 듯이 움직여 한껏 을씨년스러웠다. 찾아온 식구들을 배웅해주고 돌아오는 길에 우산이 꺾여 날아갔다. 그런 세찬 바람 속에 있어 보기는 난생 처음인 온이는 깜짝 놀라 울었다. 살면서 수없이 많은 바람과 맞서겠지. 도망 다녔던 나와 달리 즐겁게 맞서고 때로 함께 가기를.(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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