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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 2018. 2. 13. 20:40


10  새해 첫 열흘은 니콜라이 림스키_콜사코프를 들었다. <세헤라자데> <피아노 협주곡 C샵단조 Op.30> <Fantasia on Russian Themes> <The Legend of the Invisible City of Kitezh> <피아노 5중주 B플랫장조 OP.Posth> <피아노 3중주 C단조> <Russian Easter Festval Overture Op.36>


07  아이가 엄마와 읍내로 나가며 전동기립기 상판에 포동포동한 양 인형인 ‘몽실이’를 올려놓고는 아빠를 감시하라고 했다. 오후의 햇빛을 받아 털이 몽실몽실 포근하게 빛나는 몽실이를 보며 생각한다. 행복이란 게 이런 걸까? 이런 순간일까? 어쨌거나 좋다. 이 걸림이 없는 따뜻한 느낌.


06  원이 책장을 정리하다 옛 상장과 생활통지표 등이 들어 있는 상자를 열어 보여주었다. 글쓰기, 성적, 웅변대회, 그림 등 여러 분야에서 받은 수십 장의 상장이 나왔는데 거의 원의 것이었고 내 것은 달랑 네 장이었다. 학년 별 생활통지표를 펼쳐 보았다. 초등학교 입학할 때 키가 106cm이었고, 6학년 때 키는 130cm이었다. 지금 온의 키보다 작았다. 몸무게는 26kg에 불과했다. 정말 작고 말랐었구나. 그 작은 몸으로 자신보다 큰 아이들 속에서 살아보려 애썼던 내가 안쓰러워 쓰다듬고 안아주며 위로했다.


05  로봇보행훈련 임상실험을 위해 골밀도 검사를 받았다. 골다공증이 상당히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마비인 경우 딱히 골다공증을 막을 만한 약이 없어, 자주 서서 뼈가 중력을 받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하여 값이 비싸 망설이고 있던 전동기립기를 구입해 방 창가에 설치했다. 기계에 의지해 직립을 했더니 다친 후 서 내가 서 있는 것을 처음 본 아이가 말했다.

“오! 보기 좋은데?”

아이의 목소리가 듣기 좋아 웃으며 말했다.

“아들이 보기 좋다고 하는 그 소리가 듣기 좋구만.”


04  원이 새벽부터 집안 정리에 여념이 없었는데 그 ‘중독적인 김치찌개’까지 끓여 떡하니 아침 밥상 위에 올려놓았다.

“아들. 엄마 대단하지 않냐? 이 노동으로 바쁜 와중에도 김치찌개까지 다 끓이고.”

아이가 말했다.

“아빠, 아빠는 자기 마누라가 어떤 지를 아직 몰라? 엄마는, 위대해. 원래 위대한 엄마잖아.”


03  내가 세상에 온 이유가, 이루어야 할 것이 딱히 없다손 치더라도, 죄책감과 부끄러움, 왜소함과 두려움 속에서 나를 괴롭히기 위해 온 것은 분명 아닐 것이다.


02  생각은 거짓이다. 이미 프로그램으로 내장되어 있는 줄거리에서 만들어지는 이야기다. 그런 생각을 걷어내면 감정이 드러난다. 하나의 감정에 수많은 이야기가 달라붙어 또 다른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그 감정. 생각을 헤치고 감정을 정직하게 대면해야 한다. 사실 감정도 거짓일 수 있지만.


01  8시 반에 잠이 깬 아이가 기지개를 켜며 소리친다.

“와!~~~ 열 살이다. 십대다!”

무사히 십대에 진입한 걸 축하한다. 분명 질퐁노도의 세월일 십대. 잘 건너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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