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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 2018. 4. 23. 11:15

30  ‘실재’라는 것에 대해 생각을 해본다. 우리가 실재라고 믿고 있는 이 우주의 시스템은 고정적이고 절대적인 것이 아니다. 실재가 이미 고래로부터 존재하고 있어서 과학이 그것을 증명하며 실재를 파악하고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과학이라는 학문이 가설과 실험, 모형 제작과 수학적 증명 등의 여러 과정을 통해 이론적으로 체계화한 것들을 우리가 실재라고 믿고 있는 것이다. 과학의 이론은 시도 때도 없이 변해왔고 지금도 변하고 있다. 그러므로 인류의 실재에 대한 믿음 또한 알게 모르게 변해온 것이다. 따라서 고정되어 불변하는 실재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가 실재라고 알고 믿고 있는 모든 것들은 우리가 해석한 수준의 것일 뿐이다. 가령 이미 실재하고 있는 쿼크란 것을 과학적 과정을 거쳐 찾아내서 세상의 실재와 현상을 설명하는 근거로 삼는 것이 아니라, 실재와 현상을 해석하는 데 현재의 과학적 수준에서 가장 유용하고 합리적이며 아름답게 실재를 설명할 수 있는 방식이 쿼크이기 때문에 쿼크를 설정하고 인정하는 것이다. 실재를 쿼크 없이 보다 그럴듯하게 설명할 수 있는 다른 과학적 방법이 있다면 쿼크는 존재할 당위를 잃고 실재가 아닌 것이 될 것이다. 실재는 우리와 상관없이 명확하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해석한 그 수준을 실재라고 칭하는 것이다. 뭐, 이런.......


27  하루 종일 남북정상회담을 지켜보았다. 누군가 그랬다. 평화로 가는 길은 없다고. 평화만이 길이라고. 함께 정상회담 방송을 본 아이의 일기를 옮겨본다.


[2018/4/27/날씨/그냥 좋음/제목 : 남북정상회담

오늘은 문재인대통령과 김정은 최고위원장이 만나서 정상회담을 한 날이다. 맨 처음 만났을 때 김정은은 남한, 문재인은 북한땅을 밟아 보았다. 남한땅은 자갈이 많고 북한땅은 모래가 많았다. 마지막에 다같이 평양냉면도 먹었다고 한다(배고프다) 또 마술쇼도 있었다(조그만). 마지막 해지기 전 하나의 봄이라는 영상쇼도 보았다. 김정은은 올해 안에 완전한 비핵화, 그러니까 핵실험을 금지하고 핵 없는 한반도를 만들자고 했다. 또 올해 안에 종전을 하겠다고도 하고, 비무장지대를 완전한 평화지대로 만들겠다고도 했고, 문대통령 시대 안에 통일을 한다고 했다. 제발 그랬으면 좋겠다.]


24  원이 조그만 상자를 불쑥 내민다. 열어보니 선글래스다. 거울 앞으로 가 쓰고는 이러 저리 고개를 돌리며 태를 본다. 원이 묻는다. 바람 좀 드시나? 답한다. 들고말고. 갑시다. 까짓 거. 워디든.


22  deuk이 연락했다. 형님, 봄나들이 한 번 하셔야죠? 11시에 집을 출발해 이포보 근처 강가로 갔다. 높고 넓은 버드나무 아래 deuk이 먼저 와 자리를 잡고 있었다. 아이들은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니며 깔깔거렸고, 어른들은 가만히 앉아 쉽지 않은 삶에 대해 가볍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deuk과 hee가 준비해온 커피에 과자를 곁들였다. 점심을 먹고 휠체어를 밀며 버드나무 근처를 돌아다녔고 오랜만에 사진기 셔터를 누르기도 했다. 비가 후둑 후둑 떨어지기도 했던, 올 첫 봄나들이였다. 땡큐! deuk.



21  종전이 선언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솔솔 풍기더니 북한 노동당이 핵시험 및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중지와 핵시험장 폐기를 선언하며, 경제개발에 총력을 다 할 것이라고 밝혔다. 획기적이다. 전에 말한 것처럼 중요한 건 통일이 아니다. 평화이며 인민의 삶이다. 분명 수없이 많은 시행착오가 있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지향점을 흐트러트리지 않고 천천히, 곧게 가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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