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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 2010. 12. 21. 13:08

한 해가 가고 오는데도 심드렁하다. 나이 탓인지, 삶이라는 게 그날이 그날이고 그 나물에 그 밥인 때문인지 오늘이 한 해의 마지막 날이고 내일이 한 해의 첫 날이라는 게 영 실감이 나지 않는다. 후회를 하고 뉘우치자면 지나온 하루하루가 모두 아프거늘 이리도 태연한 건 무슨 심사일까? 하여 몇몇 분들에게 새해 인사를 하려해도 쑥스럽고 헛헛해 접기로 한다. 그렇다고 오고 가는 세월에 초연해 평온하고 무심한 지경은 아니다. 감흥이 없다는 게 조금 따끔거리는 걸 보면.
어쨋거나‘성실하게 부끄럼 없이 살고자 하는 마음을 처음처럼 간직하고’사시는 분들 모두 복 받으시고 건강하시길.(31)

제주도에 다녀왔다. 비운 것도 더한 것도 없이 가볍게. 가감 없이 평온을 유지하며 순간을 즐겼다. 귀한 시간을 내주어 함께 해준 이응에게 미안하고 고맙다. 지읒에게도. 앞으로는 신세지지 않고 엮이지 않고 자유로이 다니리라. 제주를 돌며 지구가 인간의 것만이 아님을 새삼 느꼈다.(29)

친구가 전화를 했다. 해 넘어가기 전에 술 한 잔 하자고. 오늘 일을 핑계로 마다했다. 자정이 다 되어 전화가 왔다. 술이 잔뜩 취한 목소리로 연신내로 갈 터이니 나오라 말했다. 내일 일을 핑계로 물리쳤다. 전화를 끊고 마음이 편치 못해 잠을 뒤척인다. 오래 전 그는 내 그림 한 점을 구입했었다. 어찌어찌하다 그에게 떠안긴 꼴이 되어 빚으로 남아 있다. 언젠가 그림을 바꾸어주어야 그 가시를 삼키려나? 그러고 보니 여기저기 빚을 지고 사는구나. 누군가 이런 말을 했었다. 빚만 없어도 살아 갈만 하다고.(22)

뒷모습은 무얼까? 그 뒷모습에 무엇을 담을 수 있을까? 요즘의 고민이다. 내년 한 해 동안 들고 다닐 일종의 화두가 될 것 같다.(21)

장 프레포지에는 아나키즘을 절대자유주의라 해석한다. 개인의 자유를 가장 강력하게 구속하는 틀이 국가이므로 무정부주의라 말할 수 있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라는 뜻일까? 그는 말한다. 절대자유주의자들은 역사적으로 대체로 불행하다고. 현실에서 '절대 자유'의 꿈이 실현될 수 없기 때문이고 혁명에 동참한다 하더라도 결국 권력을 거부하므로 변방이 될 수밖에 없다고. 
아나키스트들은 개인의 불행을 감수하며 개인의 자유를 꿈꾼다. 현실화 될 수 없는 바람, 어쩌면 그 싸움이 곧 자유인 것은 아닐까?(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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