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12

노트 2011. 1. 11. 12:02

곤봉이 돼버린 작은 나무에서 잎이 돋아나길 기대할 수는 없다.- 마르틴 부버(20)

노암 촘스키의 무정부주의에 관한 글과 인터뷰 등을 모은 책 [촘스키의 아나키즘]을 읽고 있다. 프리드리히 셸링은 말했다."모든 철학의 처음과 끝은 바로 자유"라고. 바쿠닌은 자유에 대해 이렇게 썼다. "내가 말하는 자유란 국가가 부여하고 할당하며 규제하는 그런 완전히 공식적인 자유가 아니다. 그런 자유는, 실제로는 일부만이 특권을 누리고 나머지 대다수 사람들은 노예상태로 전락하는 것을 뜻하는 영원한 거짓말에 불과하다(.......) 내가 뜻하는 자유는 그 이름에 합당한 유일한 자유로서, 개개인에게 잠재해 있는 물질적이고 지적이며 도덕적인 모든 힘을 발전시켜 준다. 내가 말하는 자유는 오직 우리 인간 본성의 법칙에 의해서만 제약 받는다."
어릴 적 배웠다. 자유에는 책임이 따르며 방종과는 전혀 다르다는 것. 그 이후로 수많은 서로 다른 상황에서 수없이 들어왔다. 자유, 자유, 자유. 스스로 말미암는 것. 유물론의 입장에서 사회과학적 법칙을 이해하고 그에 따라 실천하는 의지를 자유라 배우기도 했다.
무정부주의를 거칠고 단순하게 말하자면 국가라는 거대 권력기구의 질서와 억압과 규제와 논리로부터 자유로운 한 개인의 풍부한 삶에 대한 의지라 할 수 있을까? 자유란 무엇일까? 분명한 건, 지금 나는 자유롭지 않다.(19)

가족들이 모여 사온의 두 돌을 축하해주고 있다. 면면을 보며 몇 번을 곱씹는다. 나는 아빠고 남편이며 아들이고 형이다. 동생이고 오빠며 삼촌이다.(15)

몇 몇 시인들의 삶과 그들의 시, 그리고 무겁지 않은 해설이 담겨진 책을 다 읽고 덮는다. 버스 안에서는 색색의 조그만 알전구들이 쉴 새 없이 반짝이고 밖에서는 자동차의 헤드라이트와 건물의 불빛이 스쳐지나간다. 그 밝음이 거슬려 눈을 감는다. 또 생각한다. '바로 내 몸인 문체'. 현학도 계몽도 사탕발림도 아닌 내 몸에서 스미어 나오는 글과 말.......한참동안 전혀 시를 끼적이지 못하는 건 나와 내 주변을 세심히 들여다보지 않고 슬픔을 외면한 때문일까?(13)

줄곧 옆에서 보아온 데 따른 선입견인지 모르지만 나는 민영 시인의 시에서 늘 시은市隱이라는 말을 생각한다. 시은이란 참다운 은자는 사람이 북적대는 저자를 찾아 숨는다는 뜻이지만, 여기에는 생활을 영위해 가면서도 세속화하지 않고 자기 길을 간다는 뉘앙스가 있다. 실제로 그는 예순이 훨씬 넘기까지 한 번도 시정市井에서 벗어난 일이 없다.-[신경림의 시인을 찾아서2] 중에서(13)

취기에 메뜨게 돌아가는 길. 머리도 몸도 어리둥절하단다. 사람들과 술을 마셨다.(라고 쓰고 나니 마치 내가 외계인인 듯해 기분이 좋다) 농 반 진 반. 많은 말들이 오갔다. 말을 섞는 나. 참 말을 못한다. 논리 정연은 고사하고 두서도 요지도 없다. 상대의 말에 말을 맞추느라 말이 오락가락. 나 말띤데. 넓은 들판에서 자유로이 뛰어다니라 지어주신 이름인데. 뭐냐 이건. 글도 오락가락. 말이 흩어지는 건 말을 관장하는 '생각'이라는 게 없어서다. 달변과 언변을 원한 적 없다. 뼈가 있는 생각의 진심. 이게 있다면 사실 말도 필요 없으리라. - 아침에 수첩을 꺼내보니 이렇게 적혀 있다.(12)

[신경림의 시인을 찾아서2]를 읽으며 가고 있다. 날이 한 발 한 발 밝아지고 있다. 버스를 탈 때는 미명의 한적한 어둠이었다가 내릴 때는 번잡한 아침. 매일 반복되는 이 긴 시간이 안타깝기도 하고, 이 어둠에서 밝음으로 나가는 시간에 또렷이 눈 뜨고 있다는 게 다행이지, 싶기도 하다.

노새야. / 새끼도 낳지 못하는 / 노새야. / 아무도 없는 / 아스팔트길을 / 똥 한 번 / 제대로 누지 못하는 / 노새야. / 털 빠진 가죽 / 등 허리로 / 힝 힝 우는 / 노새야.
노새야. / 부모의 / 다른 얼굴 틈으로 / 뻘뻘 / 땀만 흘리고 가는 / 노새야. / 사람 없는 / 강가에서 / 억새풀이나 / 이가 시디도록 / 뜯어 먹어라 / 노새야.

양채영의 시 '노새야'를 읽다 눈시울이 젖는다. 내가 노새가 되었다가, 노새처럼 부리고, 부렸던 이가 생각났다가, 보고 들은 많은 이들이 오버랩되기도 한다.(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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