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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 2011. 4. 21. 10:29

티브이를 켜니 화면 아래가 개표 상황을 전하느라 바삐 움직이더니 한나라당의 참패와 가속화 될 레임덕, 민주당의 완승과 손학규의 대권가도, 유시민의 패배, 민노당의 약진 등으로 정리한다. 이갑용은 보이지도 않는다. 태홍은 김태호의 당선에 분개하며 말한다. 그래도 김핸데....... 그래, 뭘 더 바라겠어. 그녀는 이봉수를 모른다. 나도 모른다. 주요 격전지는 대체로 접전이었다. 50% 투표율에 50% 득표율. 결국 해당 유권자 25%의 지지로 당선된 셈.
이 땅의 민주주의 정치제도에서 투표란 별 변별력 없는 기득권에게 한 표를 주는 것. 결국 그들을, 후보로 나오는 권력들을 옹호하게 만드는 제도가 아닌가? 그들이 선거 때면 그토록 섬기는 ‘국민’이 아니라 민주주의라는 정치제도의 혜택을 받는 정치인들을 위한 것. 스스로 제도를 만들어 서로 짜고 치는 화투판이다. 소수의 의견은 언제나 하잘 것 없고 쓸모없는 것이 된다. 그렇다고 현실적으로 선거제도 자체를 없앨 수는 없는 일이니(정말 없을까?) 지금으로서는 이 제도에 갇히는 것이 민주주의의 숙명이 아닌가 싶다.
친구의 말이 떠오른다. 그는 말했다. 투표가 어쩔 수 없는 현실적 제도라면 적어도 투표의 권리와 동등하게 기권의 권리 또한 인정해야 한다고. 투표를 하지 않았다고 해서 모두 무효처리 할 것이 아니라, 기표란에 ‘기권’ 란을 만들어 적극적인 기권을 효력 있는 표로 동등하게 대접하자고. ‘찍을 만한 놈’이 없다는 것을, 그들을 믿지 않는다는 것을, 투표의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을 밝힐 수 있는 공식적인 권리를 갖아야 한다고.(28)

집을 나서자마자 딱딱한 하이힐 굽 소리가 따라오기 시작한다. 딱 딱 딱 딱....... 유난히 크게 들리는 그 소리는 내내 같은 거리를 유지하며 귀에 울리더니 마음으로 번져 온통 거슬린다. 나 같으면 민망해 저 소리를 달고 걷지 못하겠는데 딱 딱 딱 딱 용기도 가상하시지. 칠 분 쯤 소리를 앞서 가다 견디지 못하고 지하철역으로 멀리 우회하는 골목으로 들어서 소리와 헤어진다. 소리를 내는 이를 힐끔 보니 회색 프렌치 코트에 검은 정장 바지를 입고 있는 삼십 대의 여자. 팔을 휘휘 저으며 바삐 걸어가고 있다. 소리가 완전히 사라지고 난 후 생각한다. 내가 내는 소리들-말과 그림과 글과 사진들은 어떻게 들릴까? 울림 없이 생소리로 거슬리는 건 아닐까? 경계할 만하다.(21)

아나키즘적 사고의 핵심에는 사람들이 각자 스스로의 자유, 존엄성, 창조성에 근거해 자신의 미래를 결정해야 하며 자신의 운명을 가능한 한 스스로 통제할 수 있게 하는 경제체제 속에서 살면서 일할 수 있어야 한다는 신념이 자리 잡고 있다. 신자유주의는 바로 이런 신념을 조롱하는 것이라 간주한다. 신자유주의에서는 너무 많은 삶의 영역들이 보편적인 시장거래 형식으로 환원돼 거의 모든 것들에 가격이 붙지만 가치가 부여되는 것은 거의 없게 되기 때문이다. - 숀 쉬한(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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