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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 2011. 5. 16. 13:40

온이가 태홍에게 묻는다. 엄마는 커서 뭐가 될 거야? 태홍이 답하고 묻는다. 엄마는 구름이 될 거야. 사온이는 커서 뭐가 될 거야? 온이 왈, 꽃이 될 거야. 엄마는 구름하고 사온이는 꽃하고. 그리고는 내게 묻는다. 아빠는 커서 뭐가 될 거야? 내가 답한다. 화가. 그 대답을 듣고는 온이가 하 하 웃으며 하는 말. 뭐야~ 사~과~?(19)

식탁이 마무리 되어 간다. 문목수가 말한다. “도저히 찾을 수 없는 곳에 사인 해두어야지. 하피 라이프라고. 해피는 완전하여 과하니 한 획 부족하게 하피하게 살라고. 설마 해피하려는 건 아니겠지?”  답한다. “무슨 말씀을. 고맙네. 항복하게 살 게.”(18)

날이 날인지라 오늘 하루, 자칭타칭 광주의 딸이 되는 태홍이 태어난 날이다. 서른 아홉 해를 살았다. 홍합 미역국을 끓여주었다. 아직도 정리되지 않은 이사와 육아로 인해 심신이 피곤하고 노곤한데다 감기까지 걸려 죽을 맛인 태홍. 몸과 마음에 서서히, 그러나 느리지 않게 생기가 다시 차오르면 좋겠다. 내 몫이 반임을 안다. 아는 것과 하는 것이 전혀 다른 차원이라는 것도.(18)

작업실 옆 공터에서 친구 문목수(그는 나무 뿐만 아니라 집 짓는 모든 것에 관여하니 ‘빌더’라 하지만 나는 ‘목수’가 좋다)가 집에 들일 식탁과 평상을 나무로 짜주고 있다. 기계톱으로 켜지는 나무의 톱밥들이 지는 햇빛을 받아 점점이, 아주 작은 날개를 가진 생물처럼 빛나며 날아다닌다. 막걸리 한 잔하며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노라니 황홀하다.(17)

온이가 방에서 블록으로 뭔가를 만들더니 가지고 나오며 하는 말 “경운기, 경운기.” 큰 뒷바퀴 둘에 작은 앞 바퀴 하나, 몸체도 간단한 것이 닮았다. 어제 이리 저리 지나가던 경운기를 유심히 보더니만.(15)

가족 모두 감기에 걸렸다. 온이는 콧물에 중이염, 태홍은 목감기에 두통, 나는 목감기에 발열. 오월의 서울에 비하자면 휠 서늘한 이곳의 기후와 공기에 적응하는 중이라 여긴다. 티 없는 바람 탓이려니 위로하기도 한다.(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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