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61

노트 2012. 6. 12. 15:38

INFP 봇의 드립들을 소개하는 지읒씨의 블로그를 보다 ‘저는 그런 적도 있어요. 왜 액션 씬 같은 데서 과일 같은 거 다 바닥에 떨어져 나뒹굴면 과일들이 진짜 불쌍해 보이던뎅.’ 대목에서 빵 터졌다. 그래, 그래. 그 마음 충분히 이해해. 과일들이 뭔 죄가 있다고.
가계부로 소설을 쓴다는 INFP 유형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나하고 비슷한 인간들도 많구만. 왠지 안도감이 들기도 하고 동질감을 느껴 편안해지기도 하지만 생각의 끝은 좀 쓸쓸하다. 나를 짝사랑하되 좋아하지는 못하고, 나를 따르되 믿지 못하는 것이 그 이유일까? (08)

친구가 말한다. 모내기 한 논을 찍고 싶은데 영 나서지를 못하네. 그 말을 들으며 생각한다. 자네는 자라나는 것을, 나는 지고 난 것을 좋아하는구만. 하니 반듯하게 모가 서 있는 논은 이제 내 관심이 아니네. 내가 눈여겨 보지 않아도 줄 맞춰 서서 푸르고 풍성하게 자랄 터이니. 벼가 거두어들여지고 다시 모가 심어지기 전의 그 변화무쌍한 빈자리가 올 때까지 기다릴 것이네.(06)

퇴직. Special thank you! slowlee.(05)

무위無爲와 생동生動의 동거를 꿈꾸다(04)

[피로사회]라는 책을 소개해주는 이웃집 이응씨의 글을 보고 있노라니 내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 비효율적이고 비사회적인 나, 그래도 괜찮다고 가끔 위로 받고 싶기도 한데, ‘지친 오디세우스에게 나타난 나우시카처럼 효율성과 성과주의로 점철된 사회에서 벗어날 길을 제시’하고 ‘효율성과는 거리가 먼 생활 습성과 일하는 방식을 지닌 이들에게는 특별한 위로이자 철학적 알리바이를 제공해주는 책’이라니 소개 글만으로도 반갑다. 또다시 생각한다. ‘기술이나 재능이 아닌 내 몸인 문체’.(03)

집으로 돌아가는 밤. 날벌레 한 마리가 내 눈 속으로 들어온다. 깜짝 놀라 눈을 부비다 눈꺼풀을 벌리고 벌레를 꺼낸다. 문득 생각한다. 옷깃만 스쳐도 억겁의 인연이라는데 이 벌레와 나는 어떤 인연이었기에 내 눈에 들어와 죽고 나는 잠시 따끔거리다 말까?(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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