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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 2016. 9. 22. 10:49
27. 척수 손상 장애인 까페인 '척수야 사랑해'를 훑어보다 한 포스트가 눈에 들어와 열어 보았다. 한미 공동 연구진이 절단된 척수의 신경세포를 빠른 속도로 회복시켜주는 신물질 그래핀을 개발하는데 성공했고, 척수가 절단된 실험쥐의 절단 부위에 붙였더니 24시간 내에 신경세포가 회복되는 걸 확인했다는 내용이었다. 기사를 인용해 글을 올린 이는 이번 연구가 지지부진한 줄기세포 관련 연구보다 빠르게 진행되어 척수 장애인들에게 현실적인 도움을 주기를 바란다며 마무리했다. 기대와 희망을 호소하는 댓글들을 보다 한 댓글에 빵 터져 혼자 낄낄거리며 한참을 웃었다. 끝에 살짝 허기가 지기는 했지만. 그 웃긴 댓글은 이렇다. "시원하게 떵 좀 싸보자!!!" 그래! 내 말이. ㅎ

26. 월요일 아침 여덟 시 반. 전화했더니 원이 "아들 좀 깨워주소. 비몽사몽 뒹굴거리시네."라며 핸드폰을 스피커모드로 바꿔 아이 곁에 두었다. 어찌 깨울까 잠시 생각하다 "아들 아들, 일어나야지? 아빠가 노래할 테니 애드립 넣어줘. 니가 잘 하는 거 있잖아. 알지? 자, 한다. 비바람이 치던 바다" 노래를 하자 온이 잠이 덜 깬 목소리로 추임새를 넣었다. "요 베이베!" 노래는 계속되었고 온은 래퍼처럼 발음을 굴리며 박자를 맞춰 애드립을 해주었다. "잔잔해져 오면, 와썹!, 오늘 그대 오시려나, 예아~, 저 바다 건너서, 예~ 아버지 어머니,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들도 아름답지만, 요 베이비!, 사랑스런 그대 눈은, 푸처앤써, 더욱 아름다워라, 요요요!" 노래를 끊고 이제 잠이 좀 깼냐고 물으니 "예. 아버지. 아이고, 일어나야지. 쑤뤼 투와 완 지로!" 하고는 뚝 전화를 꺼버렸다.

23. 옥상 화단에 층꽃풀이 무리지어 피어 있다. 줄기 마디마다 몽실 몽실 모여 층층이 피어 있는 연보라 꽃들. 그 사이로 수선스럽게 날아다니는 수십 마리의 벌들. 벌도, 슬픔을, 알까?

21. 옥상으로 나가 아침 볕을 쬔다. 빼곡하게 꽂혀 있는 집들 위로 하늘이 푸르고 기우는 반달이 투명하게 동실 떠 있다. 비둘기들이 이리저리 휙 휙 날고 그때마다 시든 깃털이 살랑살랑 내려온다. 바퀴에 공손히 앉아 볕을 받다 바지를 걷어올린다. 무릎을 드러낸다. 볕이 닿으니 탄력를 잃은 무릎이 쫀득하게 환해지는 느낌이다. 피부를 지나 졸아든 근육을 지나 뼈 속 까지 가렴. 볕아. 거기에 빛을 모아 구멍을 채워주렴. 뼈에 바람이 들지 않게. 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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