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21

노트 2022. 1. 14. 09:16

02

지난여름 손을 뗐던 그림을 수정해 마무리하고 소품 한 점을 끝냈다. 집 거실을 점령해 작업을 하고 있으니 아내와 아이가 그림을 볼 수밖에 없다. 가끔씩 외쳐주는 응원 구호 외에는 그림에 대해 별 이야기가 없는 아내가 물었다.

저거는 뭐요? 저 유리구슬 같은 거. 우주인 헬멧 뭐 그런 거?

유가릿!

의미가 있소?

숨 쉬기 어렵잖어. 세상이.

 

05

그림을 마무리하고 가만히 바라보다 문득 생각했다. 바다 너머에서 피어오르는, 벽에 머리 박고 있는 이의 등에서 삐져나오는 저 ‘연기’에 속고 있는 것은 아닌가?

 

09

창문 밖 아침 햇볕이 선명하고 따뜻해 보여 일찍 집을 나섰다. 스마트폰의 온도는 영하 7도였으나 춥지 않았다. 집 주변과 골목의 햇볕을 구경하다 골목 어귀에 앉아 귀하디귀한 햇빛을 받았다. 양지바른 데크에 앉아 내리쬐는 햇빛에 속한 몸으로 먼 산을 바라보는 상상을 하고 있는데 장콜이 왔다. 올라타 마을의 햇볕과 멀어지다 문득 생각했다. 그늘이 있어 비로소 햇볕이 보이는구나. 그러고는 혼자 킥킥 웃었다. 이런 쌀로 밥 짓는 소리를 하고 앉아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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