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22

노트 2022. 1. 14.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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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블럭으로 짧게 이발을 한다. 머리카락이 귀를 덮기 시작하면 다시 짧게 자른다. 대략 석 달 간격으로 3년 째 반복하고 있는 일이다.

오늘 면소재지 단골 미용실에서 이발을 했다. 등과 목을 뒤로 젖히기 어렵고, 의자로 옮겨 앉기 쉽지 않아 머리를 감지 못한다. 그걸 늘 아쉬워하는 원장 샘은 꼼꼼하게 머리카락을 털어내고 스타일을 잡아준다. 하지만 자고 일어나면 말짱 도루묵. 애석하게도 숙명의 5대5 앞가르마로 돌아오고야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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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이 연락을 했다. 엄마가 원소리 집 사진을 보고 싶어 하시니 집 전체가 나온 걸로 좀 보내주십쇼. 컴퓨터를 켜고 원소리 풍경 사진들을 모아 놓은 폴더에 들어갔다. 사진들을 훑어보며 집이 있는 컷들을 따로 모으다 생각했다. 아파트 13층에 홀로 살고 있는 엄마는 아버지와 함께 20년 동안 몸담았던 이 원소리 집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하실까? 우실까 웃으실까? 그러다 아버지가 점처럼 등장하는 사진에 턱 - 걸려 잠시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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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외숙모님이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았다. 운동을 하고 장을 본 뒤 귀가하는 길에 횡단보도를 건너다 버스에 들이 받혔다고 했다. 깜짝이는 파란 불을 보고 달려가다 미쳐 다 건너지 못했는데, 버스 운전기사가 발견하지 못하고 출발을 한 것. 향년 69세. 평소에 건강하시니 적어도 10년은 훌쩍 더 사셨을 텐데 안타깝기 그지없다. 나는 가지 못하고 아내 혼자 서울 장례식장에 다녀왔다.

죽음은 늘 곁에 있다. 그저 하루하루를 사랑하며 사는 것만이 답이다. 순간순간이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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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헤어져 집으로 돌아왔다. 계속 엄마가 마음에 걸린다. 홀로 아파트 13층에 담겨 있는 팔십 중반의 나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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