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113

노트 2022. 1. 14. 10:31

22

전시장을 지키면서 아주 오랜만에, 그러니까 20~30년 만에 얼굴을 대면하는 선배들이 몇 있었다. pbdd, kjh, kwy, rjw, csw, lcs 선배 등이었다. 약 30년 만에 만난 lcs 선배는 먼저 전시장을 찾아와 내 그림을 보며 격려해주었고 <없는 그림자>를 선뜻 구매하기도 했다.

 

23

전시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ci를 비롯해 그림 설치와 철수를 도와주신 분들. 조촐한 뒷풀이에 함께 해주신 분들. 가까이서 멀리서 와주셔서 꼼꼼히 봐주신 분들. 격려와 조언을 해주신 분들. 너무도 오오랜만에 만나게 된 분들과 새로운 인연을 맺게된 분들. 오시지 못했지만 응원을 보내주신 분들. 그림을 소장해주신 분들.

모두 고맙습니다.

 

25

전시 기간 중에 pg jjy 선배와 함께 yw씨를 만나 잠깐 맥주 한 잔 마셨다. yw씨는 전시에 대해 두 가지 이야기를 해주었다. 하나는 글에 더 정진해야 한다는 것과 큰 작업에 대한 기대였다. 내가 현 상황에서 50호 이상 작업을 할 수 없다고 하자 휠체어 채 탑승해 위 아래로 오르내릴 수 있는 기계장치를 만들라고 열변을 토한 뒤, 작지만 자신이 100만원 쯤은 후원할 수 있다고 했다. 기계장치 제작에 사용하여야 한다는 단서를 달고. 그런 이야기를 농담처럼 주고받다 헤어졌다.

전시 중 전화를 건 yw씨는 작업이 좋아 자기 기분도 좋다면서 100만원 후원을 정식으로 다시 이야기했다. 마음만은 기쁘게 받겠다며 극구 사양했다. 그렇게 끝난 줄 알았다. 그런데 오늘 통장 정리를 하던 원이 놀라며 말했다. kyw씨가 100만원을 입금했다고. 아마도 정정엽 선배에게 내 계좌번호를 받은 것이리라. 전화를 걸어 이 뜻밖의 후원에 큰 감사를 전했다.

 

30

꿈을 꾸었다. 화려하고 북적거리는 연회장을 통과해야 갈 수 있는 작은 전시장에 그림을 걸었다. 시간이 지나도 찾아오는 사람 하나 없었다. 전시기획자가 내일이면 관람객들이 올 거라며 위로했다. 전시장 문을 닫고 식탁과 사람들이 가득한 연회장을 빠져나와 밖으로 나왔다.

누군가를 만난 뒤 전철역으로 들어갔다. 승강장에 기차가 멈췄다. 동해행이었다. 노선에도 없는 동해가 왠말이냐며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반대 방향으로 가야하는 나도 당황해하다 엉겁결에 올라탔다.

전철과 같은 구조인 기차 안에는 승객이 많았다. 밀리지 않으려 손잡이를 꼭 잡았다. 얼마 후에 기차는 지상으로 올라왔고 정거장에 섰으며 많은 이들이 내렸다. 홀랑해진 기차가 다시 출발하자 내 앞에 앉아 뜨개질을 하고 있던 젊은 사내가 조용히 노래를 불렀다.

'슬픈 노래를 불러보세요. 모두 당신을 조롱할 거예요. 흐른 눈물 줄기 자욱은 당신 얼굴에 상처를 남기죠.'

이자람의 '슬픈 노래'였다. 창밖을 보니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빗방울이 차창에 부딪히는 걸 보다 잠에서 깼다.

아직 캄캄한 새벽이었고 토독 토독 비 오는 소리가 들렸다. 빗소리를 들으며 꿈을 되짚어보아 역순으로 재구성할 수 있었다. 비가 오고 있지 않았다면 이내 다시 잠들었을 테고, 꿈은 없었던 일인 것처럼 사라져버렸을 것이다.

'노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21122  (0) 2022.01.14
21121  (0) 2022.01.14
21111  (0) 2022.01.14
21102  (0) 2022.01.14
21093  (0) 2022.01.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