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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 2022. 1. 14.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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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전시 준비가 끝날 무렵, 원주에서 서울로 돌아가던 친구가 집에 들렀다. 그림들과 물건들로 가득 차 작업 공간마저 사라져가는 거실을 보고는 말했다.

"하루 이틀 뚝딱거리면 되니까 전시 마치면 선반 만듭시다. 내가 만들어줄게. 선반에 차곡차곡 정리하면 공간도 넓어지고 몇 년은 작업할 수 있을 것 같구만."

그 친구가 어제 그제 이틀 동안 2x4 원목으로 작품수납선반 두 칸을 꼼꼼하고 튼튼하게 만들어주었다. 집에 있던 그림들을 가지런히 세워 넣으니 한 칸에 다 들어갔다. 비어있는 나머지 한 칸을 보며 생각했다.

4년 동안 그리면서 세 번 전시하고 집으로 돌아온 그림들이 저 한 칸이니, 앞으로 대략 4년을 여기서 버티다보면 이 한 칸도 채워지겠구나. 그때가면 또 다른 수가 생기겠지.

덕분에 공간 뿐만아니라 마음도 정돈되고 넓어졌다. 고마워요. c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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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바깥양반의 후배이며 자칭 '온 팬클럽' 회장인 s가 새 차를 뽑았고, 그 사실을 온에게만 알렸다. '네가 가고 싶은 곳 어디든 말만 하라'며. 아이는 s에게 받은 카톡을 원에게 보여주며 이렇게 말했다. '엄마, 삼촌이 나한테 정말 진심인가봐.'

그런 s를 꼬드겨 1박 2일 고성에 다녀왔다. 소형 suv 차량이라 오르내리는데 수월했고 날도 좋았다. 일출을 보기도 했는데 원은 소원을 빌었고 아이는 동영상을 찍었고 나는 그 둘의 등을 만졌다.

운전하고 휠체어 싣고 내리느라 s가 고생했다. 그가 있어 가능한 여행이었으니, 당케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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