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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 2019. 10. 2. 09:40

11  케이티엑스를 타고 목포로 가고 있다. 지정 좌석으로 옮겨 앉기가 어려워 휠체어에 그대로 앉은 채로 간다. 하! 얼마만의 기차 여행인지. 지금 평택 인근을 시속 299km로 달리고 있다. 하늘이 맑고 시원하다.

 

14  목포에서 돌아왔다. 남도에 있는 동안 태풍의 영향으로 비가 쏟아지고 바람이 세차게 불었다. 둘째 날은 비 때문에 하루 종일 꼼짝 못하고 숙소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지냈다. 이동 수단도 없던 터라 아내가 숙소 근처에서 끼니를 구해와야 했다. 목포 바다를 앞에 두고 아침에 삼각김밥과 브리또, 점심에 만두와 떡볶이라니! 다행히도 저녁에 비가 그쳐 짧게나마 바다 부근을 산책했고, 회와 대하를 맛볼 수 있었다.
다친 후에야 조금씩 인간이 되어가고 있는 중인데, 그 징후 중 하나가 ‘고마움’에 대해 알기 시작했다는 거다. 목포 2박3일 동안 만난 사람들 - 전시를 주선하고 실무를 맡고, 우리를 차로 데리고 다니며 사흘 동안 애써준 친구 jy 작가. 전시를 마련해주고 금쪽같은 시간을 내주신 jh 관장님. 제철 대하와 특별한 정원 구경을 선물해주신 sh 학예실장님. 광주에서 달려와 점심과 실질적인 조언을 푸짐하게 쏴준 sb 형. 우리와 맞춰 시간을 내서 그림을 보고 양평에 데려다주신 bn 작가님. 스케치여행 차 나선 길을 목포까지 끌고 와준 sh 형과 ks. 휴일에 광주에서 가족과 함께 와준 친구 y. 얼굴 보고 응원해주려 서울에서 와 금일봉까지 하사한 누님과 동생. 그리고 언제나 special thanks인 원과 아이, 이들 모두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17  지난 2월 눈 내리던 날, 신문 기사를 보고 전시장에 찾아오셔서 인연을 맺은 김지현 서울튜티앙상블 예술감독님의 초대로,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열린 [서울튜티앙상블 독일순회공연 기념연주회-Deutschland trifft Korea:독일, 한국을 만나다]에 다녀왔다. 레퍼토리는 칼 라이네케의 <세레나데 사단조 Op 242>, 최우정의 <꿈길이>, 안토니오 비발디의 <바이올린 협주곡 ‘사계’ Op 8>. 지루해할 줄 알았던 아이는 소리 없이 리듬을 맞추고 팔을 들어 지휘를 하며 음악과 함께 했고 연주가 끝날 때마다 기립박수를 보내며 브라보를 외치기도 했는데, 실험적이어서 새겨들어야했던 최우정의 <꿈길이>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고 했다. 뜻밖의 좋은 시간을 갖게 해주신 감독님께 고마움을 드린다.

집을 나서려면 그 길이 짧던 길던 신중하게 이동수단을 결정하고 그에 따른 동선을 짜고 시간을 체크한다. 외출은 아내의 노동을 전제로 하는 것이어서 대개 그가 계획하는데 오늘도 그러했고, 오늘은 계획과 결과가 오차 없이 완벽하게 일치했다. 이럴 때 아내는 짜릿함을 느낀다. 계획과 실행이 같았던 어제의 동선은 이러했다. 차를 몰고 가다 양정역에 주차(서울장애인콜택시는 서울에서 출발할 경우, 서울과 접해있는 행정구역까지만 운행하기 때문에 귀가를 위해 남양주시에 속한 양정역을 이용). 양정역에서 중앙선을 타고 가다 옥수역에서 3호선 환승. 퇴근시간과 겹쳐 복잡했으나 휠체어배려공간에서 안전하게 이동. 남부터미널역 하차. 식사 후 예술의전당까지 걷기(아들의 휠체어 밀기 신공 발휘). 공연 중간 인터미션에 서울장애인콜택시에 배차 신청. 공연 후 김감독님과 짧은 인사를 나누고 장콜을 기다림. 신청 후 약 2시간 만에 도착한 장콜을 타고 양정역으로 와 하차. 주차되어 있던 모닝을 몰고 귀가. 집에 도착하니 자정을 넘어 0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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