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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 2018. 3. 23.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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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페북에 대략 6~7년 전에 찍고 썼던 풀꽃의 사진과 글을 올리고 있다. 그립다. 풀꽃을 찾아 걷던 시간들. 크고 작은 긴장의 연속이었던 삶에서 가장 편안한 쉼표였던 시간들.


25  원과 와인을 마시며 ‘효리네민박2’를 보았다. 비양도에서 텐트를 치고 추운 밤을 보내는 백패커팀을 보다, 저어새를 찾아 제주도를 누비는 탐조부자를 보다 울컥했다. 눈시울이 살짝 붉어진 나를 보며 원이 고개를 갸웃거리길래 말했다. “아마 다치지 않았더라도 하지 않았을 일들인데, 다쳐서 이젠 할 수 없다고 생각하면 삶이 짠해질 때가 있어.”


23  병원에서 돌아와 사과 좀 먹어볼까 냉장고 문을 열었더니 캔맥주 두 개가 떡하니 서 있다. 어제 자정이 넘도록 수다를 떨다 가신, 아이가 다녔던 어린이집 원장샘이 사 온 버드와이저. 이토록 아름다운 레드와 실버의 조화라니! 시선을 압도한다. 그 자태에 감탄하다 내 너를 명박씨 구속수감 기념으로 마셔주겠다며 꺼내 낮술을 하고 있다. 부담 없는 알콜의 기운과 시원한 청량감이 시공간에 퍼진다. 안주는 원이 큰마음 먹고 주문해 조금 전 막 도착한 진짜배기 촉촉한 오란다’. 기념한다고 했으니 한마디 하자면, ‘명박씨, 당신의 그 죄과, 명명백백하고 가감 없이 밝혀져 그에 맞는 처벌을 달게 받기를. 재용씨처럼 나오는 일 없기를. 이참에 국으로 있을 것이지 자선전에 개소리를 멍 멍 - 남발한 두환씨도 노구를 이끌고 2018년의 슬기로울 수 없는 감빵생활을 시작하기를. 건배!’ 이렇게 남의 불행을 기원해도 되나 싶게 맥주의 맛이 근사한 평화로운 대낮이다.


21  어쩌다 네이버 웹툰에서 주호민의 [신과 함께_저승편]을 정주행했다. '이 우주 삼라만상에 선악을 판단하고 구분하는 주체인 그 무엇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선과 악은 실재하지 않는, 인간이 만들어낸 알량한 관념들 중 하나일 뿐이다.'라고 생각하는 터라 지옥이나 천국 따위 괘념치 않지만, 만화를 보며 이런 생각을 했다. ‘지옥이 진정 끔찍한 이유는 어떻게든 다시는 죽을 수 없기 때문이로구나.’ 그러고는 곧바로 에밀 시오랑의 말이 떠올랐다. “죽음이 없다면 생은 용서할 수 없는 것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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