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23

노트 2019. 2. 25. 10:45

23 전시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자 아이가 물었다.
“아빠, 그 그림 있잖아. 내가 제일 좋아하는 그림. 제목은 모르겠고. 왜 있잖아. 사람들이 이고 가는 파란 의자 위에 눈물 있는 거. 그거 팔렸어?”
안 팔렸다고 하자 좋아하며 그 그림을 자기가 사겠다고 했다. 처음에는 농담이라 생각했는데 제법 진지했다. 사흘이 지난 오늘 아침에 정말 그 그림을 사겠느냐고 물어보았고, 아이는 꼭 사고야 말겠다며 말했다.
“내가 태어난 뒤로 세뱃돈 받은 거랑 생일이나 어린이날, 크리스마스 때 그리고 이럴 때 저럴 때 어른들한테 받은 돈이 매달 한 5만 원쯤 된다고 쳐 봐? 그럼 1년에 60만원이고 내가 10년 살았으니까 음, 600만원은 있을 거 아냐. 엄마가 꼬박 꼬박 내 통장에 저금해줬으니까. 그 돈이면 충분히 살 수 있지?”
그러고는 저녁에 엄마와 함께 농협에 들러 자기 통장에서 내 통장으로 그림값을 정가대로 당당하게 이체하고 돌아왔다. 인터넷뱅킹 사이트에 들어가 그림값이 이체 된 것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준 뒤 원이 아이에게 물었다. 아빠 그림 사니까 기분이 어떠냐고. 아이가 대답했다.
“뭔가 황홀하고 뭔가 뿌듯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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