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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 2019. 3. 12. 08:54

20  백 번 양보해서 민족이라는 개념이 인류 초기부터 형성되었다고 친다 하더라도, 민족주의는 그 민족 구성원들의 삶에 하등 보탬이 되지 않는다. 국가주의가 그 국가 구성원들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해가 되는 것처럼.


18  원이 물었다. 마음이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나는 습관적으로 가슴에 손을 댔다. 원은 그럼 생각은 어디에 있는 것 같냐고 물었다. 나는 머리를 가리켰다. 원이 말했다. “그렇지? 사람들에게 마음이 어디 있는 것 같냐고 물으면 대개 심장 쪽을, 그러니까 몸을 가리키는데, 근데 마음 안에 몸이 있을 수도 있는 거 아닌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 그게 삶을 더 잘 설명하는 것 같아. 잘은 모르겠지만 그게 우주의 이치와 더 잘 맞는 것 같아.”

그리고 밤. 잠자리에 들어 불을 끄고 평소처럼 아이와 수다를 떨던 원이 아이에게 물었다. 너는 마음이 어디에 있는 것 같느냐고. 아이가 대답했다. “마음? 나를 둘러싸고 있지.”


15  _ 공빈공락 사람들과 전시장에 왔었던 사람이 개톡을 보냈어. 이야기해본 적도 없고 안면만 있는 사람인데. 그거 있잖아. ‘들어가는 사람_’. 그 그림이 판매되었느냐고 묻더라고. 안 팔렸다고 하니까 사고 싶다네? 어때 당신 그 그림 팔아도 괜찮겠어? 목포 전시 때문에.

_ 당근 괜찮지. 목포 거는 한 점 더 그리면 되지. 근데 전시 끝난 지 한 달이나 지났는데 어떻게 지금 살 생각을 했대?

_ 그때 전시장에서 받은 엽서를 한 달 동안 거의 매일 들여다봤다더라고. 그러다가 오늘 아침에 그 옷 그림이 마음에 탁 들어와서 사야겠다고 생각했대. 평생 그림에 별 관심도 없었고, 그림 살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면서 조심스럽게 그림 값을 묻더라고. 그때 정해놓은 가격대로 알려주었더니 다음 달부터 몇 달 간 알바를 뛰기로 했는데 그 알바비를 모으면 살 수 있을 거라면서 그때 까지 어디 팔지 말고 잘 보관하고 있어달라고 부탁하더라고.

_ 몇 달 알바비를 모아서 산다고? .......

_ 그 사람과 톡을 주고받다 문득 생각했어. 당신이, 당신의 그림이 사람들의 삶에 들어가 조그만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고. 변화를 주고 있다고. 나는 그림이 팔리면 그림 산 사람들이 그림과 함께 그 전보다 조금이라도 더 행복한 삶을 살기를 기도하거든. 당신은 그림 팔릴 때 어떤 생각 해?

_ ? 처음에는 좀 의아했어. 몇 백만 원이면 일반인들에게는 적은 돈이 아닌데 그 돈을 주고 내 그림을 사는 이유가 뭘까? 그림과 그 사람 사이에 어떤 교감이 일어났을까? 그러다가 내 그림이 그럴만한 자격이 있는 건가 걱정도 되고. 좀 더 마음을 담아 잘 그릴 걸. 살짝 후회도 하고. , 이런 생각? 기도할 생각은 못해봤네. 역시 원.

_ 뭔 그런 걱정을. 난 당신의 그림이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고도 남는다고 생각해. 그리고 내가 늘 말하잖아. 걱정에 에너지 쓰지 말고 그 시간에 기도하라고. 걱정 말고 기도!

_ 유 윈!

13  엊그제 낯선 번호로 전화가 왔다. 세월호 5주기 추념 전시를 준비하고 있는 기획자라고 자신을 소개한 뒤, 당신을 추천 받았고 검색을 통해 그림을 찾아보게 되었으며, 상의 끝에 구름을 만드는 사람이 전시 취지에 부합한다고 결론짓고 출품을 타진하기 위해 연락을 했노라고 말했다. 그 그림은 지난 전시 중에 판매가 되어 수중에 없다고 하자 잠시 당황하던 기획자는 그렇다면 혹시 당신 작품 중에 세월호 추념전에 스스로 추천할 만한 그림이 있느냐고 물었다. 잠시 생각하다집 밖의 집이 세월호를 염두에 둔 작업이라며 짧게 설명을 해주었더니, 혼자 결정할 수 없으니 전시 관계자들과 미팅을 갖은 뒤 연락을 주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어제 연락이 왔다. 처음 고민했던 작품이 아쉽게도 판매가 되어 조금 안타깝다며 집 밖의 집출품이 가능한지 물었고 가능하다 대답했다.

세월호 참사 5주기 추념전 [바다는 가라앉지 않는다]’201943일부터 416일까지 안산에 위치한 안산문화예술의 전당에서, 그리고 49일부터 421일까지 서울의 통의동 보안여관, 갤러리 HArt, 아트 스페이스 풀 등에서 열린다.




12  희한하게도, 그림 잘 그리는 화가를 보면 무덤덤한데 글 잘 쓰는 작가를 보면 살짝 질투가 난다.


11  전시 마치고 20일 가량 별 일 없이 쉬엄쉬엄 지내다 오늘 다시 그림에 시동을 건다. 81일부터 한 달 동안 목포 아트센터 신선기획 초대전으로 개인전을 열기로 했으니, 우선 하루 8시간 노동으로 달리기 시작이다. 지난 전시에서 판매되지 않은 그림에 4개월 동안 12점 정도 그려 보탤 계획이다. ‘into’전 연장선상에 있으니 제5.5회 개인전이랄 할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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