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2

노트 2021. 1. 14. 21:23

13  고대하던 첫눈을 맞으러 아내와 아이가 산책을 나섰다. 바퀴를 굴려야 하므로 홀딱 눈에 젖을 테고, 돌아와 눈과 진흙이 묻은 휠체어 처리 등 뒷일이 번거로워 같이 하지 않았다. 대신 아이에게 핸드폰을 쥐어주며 부탁했다. 첫눈의 풍경을 보여줘.

30분가량 마을을 걷다 돌아온 아내가 말했다. 온이가 나보고 걸으라더니 뒤에서 연사를 하네. 아빠 그림 그릴 때 뒷모습 필요하다면서. 좋아할 거라며 집 사진도 찍고. 아빠 그림을 대충 보지는 않나 봐. 자슥.

 

20  지난 8월 중순, ‘허망하고 부질없는’ 지병이 도져 붓을 놓았다. 두 달가량 시름시름 지냈다. 땅 속으로 꺼질 지경이었다. 안되겠다 싶어 덜컥 2021년 11월로 전시장을 계약했다. 그러고도 한 달을 헤맸다. 11월 중순이 되어서야 나를 건져 올렸고, 내년 전시를 위한 그림 구상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오늘 한 달 여 작업했던 밑그림들을 한 폴더에 모아 보니 소품 연작을 포함해 오십 점이 넘었다. 밑그림이니 실재 작업에 들어가기 전에 몇 번 퇴고의 과정을 거칠 것이다. 작업 중에 또 빼고 더하며 달라질 테고, 아마도 반 이상은 빛도 못 본 채 E 드라이브에 파일로 남아 연명할 것이다. 우야든동 며칠 머리를 식혀야겠다. 그러고 나서 하루 일곱 시간 작업 모드 장착을 위해 마음과 주변을 정리하다보면 곧 내년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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