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43

노트 2017. 4. 23. 22:23

23. 일요일 오후. 아이와 둘이 처음으로 마을 산책을 나선다. 바람도 햇볕도 좋다. 자전거를 탄 아이가 경주를 하자며 아빠 먼저 출발하란다. 있는 힘껏 프로펠링을 해 바퀴를 굴려 보지만 이길 턱이 있나. 뒤이어 출발한 아이는 내 옆을 유유히 지나가며 말한다. “아빠, 안녕? 뭐해요? 달려요, 달려.”

벽에 대선 홍보물이 붙어 있다. 아이가 말한다. “엄마는 5번 심상정이래. 아빠는?” “아빠도 심상정. 너는?” “나는 유승민. 인상이 좋잖아.”

1년 반 만에 배터리를 충전해 들고 나온 상처투성이 니콘으로 아이가 사진을 찍는다. 360도 회전하며 연사를 남발한다. 뭘 그렇게 찍느냐고 물으니 “봄 찍지 뭘 찍겠어. 다 봄인데.” 그래. 벚꽃이 목련이 다 졌어도, 어쩌면 그래서 봄이다. 암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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