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51

노트 2017. 5. 8. 14:49

06  원소리 가는 길. 바람이 많다. 서 있는 나무들 모두, 풀과 꽃들 모두 흔들린다. 바람 타고 춤을 춘다. 그래서 산이 환하다. 산마다 바람이 활 활 피고 있다.

 

02  무 : 힘들었을 텐데 잘 헤쳐 나가 이리 건강하니 대단하고 고마워.

나 : 너무 평범하게 지내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나락으로 깊이 떨어지고 절망하고 고통스러워하며 그 어둠을 헤치고 나와야 했던 건 아닌가, 큰 아픔 없이 설렁 설렁 평안해하고 있는 이 평안이 혹 거짓은 아닌가, 습관 같은 도피는 아닌가, 때로 걱정스럽기도 합니다.

무 : 보통 절망의 바닥까지 내려갔다 그 바닥을 치고 올라와야 한다고 하지. 사실 대개 그렇고. 그러나 누구나 다 그런 건 또 아니지. 야일이 평안한 건 야일의 몫. 아마도 전생의 공부 때문일지도. 하 하. 우연은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것. 그것을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왜 나만 이런 일’을 이라며 ‘나’에 빠져들게 되면 힘들어지는 거지.

나 : 가끔 떨어지기 직전으로 되돌아가고 싶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제가 사고 전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내 세포 하나하나부터 안드로메다까지, 그러니까 우주만물 삼라만상의 모든 존재가 모두 ‘그 시간’으로 되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에 미쳤습니다. 나 하나만 달랑 되돌아갈 수 없는 것이구나, 나 하나를 위해 우주가 후진할 수는 없는 것이구나, 그러니 그건 불가능한 일이구나,라고.

무 : 음....... 그런데 거기 함정이 있을 수도 있어. 우주가 나와 분리되어 따로, 객관적이고 절대적으로 존재한다는 관념의 함정. 우리 거기에 속지 말자구요. 저기서 나를 찾는구만. 가봐야겠네. 야일, 어쨌거나 고맙고 대단해. 차차 이야기하자구. 날 참 좋다.

'노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17061  (4) 2017.06.01
17052  (0) 2017.05.13
17043  (2) 2017.04.23
17042  (6) 2017.04.15
17033  (6) 2017.03.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