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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 2017. 5. 13. 14:58

18. 원의 생일이다. 아침부터 카톡과 밴드로 식구들과 지인들의 생일 축하가 밀려들었다. 원은 이렇게 고마움을 전했다. “고맙습니다. 간만에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할 수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즐거운 생일인 걸로...... 미역국은 먹었지요. 아들이 비비고 즉석 미역국으로 끊여 줌. 크” 마크 트웨인이 말했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날이 이틀 있는데 첫 번째는 자신이 태어난 날이고, 두 번째는 태어난 이유를 알게 되는 날이다.”라고. 이 세상에 태어나 그 태어남의 이유를 알기 위해 공부하고 있는 원. 생일 축하한다.

 

13. 아침을 먹는데 온이 김동률의 ‘출발’이 듣고 싶다고 해서 블루투스로 연결했다. ‘작은 물병 하나 먼지 낀 카메라 때 묻은 지도 가방 안에 넣고서’ 이 대목을 듣는데 오래 전 한 풍경이 떠올랐다. 북가좌동의 작은 방. 원이 세계 지도를 펴놓고 갓 사온 코펠을 늘어놓으며 마음에 바람이 들어 샀다고 바람처럼 또는 한탄처럼 쉬었던 숨. 울컥하려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아이에게 다음 신청곡을 부탁했다. 온이 말했다. “이랑의 ‘신의 놀이’. 들을수록 재밌더라.”

 

12. 매트에 누워 등뼈를 펴고 있는데 아이가 원에게 묻는 소리가 들렸다. “엄마는 하나님이 있다고 믿어?” 원이 말했다. “하나님이든 알라신이든 또 다른 종교든 사람들이 자기들에게 맞게 이름을 지어 다르게 부를 뿐이지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치는 어떤 하나의 신은 있다고 생각해.” 잠시 후 매트로 올라와 옆에 눕더니 내게도 하나님이 있다고 믿느냐고 물었다.

나 : 글쎄, 신이 있는지는 아빠도 잘 모르겠어. 그런데 기독교에서 말하는 그 하나님은 믿지 않아. 그 하나님이 우주를 만들고 관장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아.

온 : 나도 그렇게 생각해. 있지도 않은데 어떻게 우주를 움직여? 그건 미신이거나 가설이야.

나 : 그럼 너는 그런 하나님 없이 우주가 어떻게 움직인다고 생각해?

온 : 좋게 말하면 ‘스스로’, 웃기게 말하면 ‘지 맘대로’, 평범하게 말하면 ‘자연적으로’지.

 

11. 전혀 친하지 않은 페친이 대선 기간 동안 소위 ‘문빠’들과 제법 무겁게 설전을 벌여왔다. 험한 말이 오가기도 했는데 문재인이 당선되고 나서, 사실 그는 문재인이 아니라 종교에 가까운 열성지지자들과 각을 세웠던 것이었으니 문재인씨의 활약을 기대하고 응원한다며 종전을 선언했다. 대개 공감할만한 그의 글은 이런 문장으로 끝을 맺었다. “나는 혹은 내 모든 이야기는, ‘다수의 정의’와 가장 멀리 떨어진 희미한 끄트머리에 있다. 내 모든 이야기는 태생적으로 외로운 사람들과 함께 할 수밖에 없다. 나는 그게 너무 다행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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