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62

노트 2017. 6. 13. 10:22

17  얼마만인가. 여기 원소리에서 흰 꽃 산딸나무 아래에 앉아 술 한 잔 나누는 것이. 그늘도 바람도 부모형제도 참 좋다.

 

 

15  원 : 당신의 마음속 ‘좋은 세계’에 무엇이 함께 있으면 좋겠어?

나 : 나? 음, 돈과 명예 그리고 가족. 크 크. 당신은?

원 : 나는 가족, 친구, 여행, 휴식, 유산균과 효소, 시민의식, 소수자 배려, 공부 등을 적어봤어. 사온, 넌 뭐가 있으면 좋겠어? 네 마음 속 좋은 세계에?

온 : 엄마, 아빠 그리고 부처님

 

13  버찌가 벚나무의 열매인 것을 이제 알고 ‘아이고, 난 나이를 어디로 먹은 것인가! 버찌가 뭔지도 모르고 산 세월이여’라며 한숨짓는 고래씨의 글을 읽다 올 초에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휴일이었을 게다. 병원 휴게실에 있는 기립기에 서서 생전 처음으로 비올라 연주를 귀담아 들어보겠노라고 유튜브를 검색해 킴 카쉬카시안이 연주하는 파울 힌테미트의 비올라 소나타를 찾아서 듣기 시작했다. 그런데 요상했다. 기대했던 바와 달리 바이올린에 비해 음색과 음역이 굵고 낮았다. 이건 뭐지? 바이올린보다 비올라가 작으니 날카롭고 높은 음을 내야하는 거 아닌가? 핸드폰을 열어 동영상을 확인해 보는데, 세상에! 카쉬카시안이 신중하게 켜고 있는 비올라가 바이올린보다 큰 게 아닌가! 이 무슨. 정녕 그렇단 말인가? 황망히 비올라를 검색해 보니 바이올린에 비해 대개 1.5배가량 크고 음역은 완전 5도 낮았다. 충격적이었다. 지금까지 비올라가 바이올린보다 작다고 굳게 믿고 있었던 내 기억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당황스럽고 황당했다. 허무했고 갑자기 허기가 졌다. 뇌가 빠져나가듯 푹 - 한숨을 쉬며 이렇게 탄했던 것 같다. ‘아이고, 나이를 어디로 먹은 것인가! 비올라가 바이올린보다 크다는 것도 모르고 산 세월이여!’

 

12  날이 맑고 환하다. 멀리서 바라보는 숲의 녹음이 깊고 비밀스럽다. 저 숲으로 걸어 들어갈 수 없다는 것이 문득 한스럽다. 그 한을 풀어볼까 하여 다시 생각해 본다. 와유臥遊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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