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113

노트 2017. 12. 6. 17:07

30  아르보 패르트 Arvo Part, 1935 출생, 에스토니아

<Fur Alina> <Spiegel im Spiegel> <Lamentate> <Fratres> <Salve Regina> <Te Deum> <Tabula Rasa - Ludus/ Silentium> <Trisagion> <교향곡 3번> <Missa syllabica>


27 
원이 말했다. “자아가 분리되어 있으면 지금을 살지 못해. 지나간 과거에 얽매이거나 오지도 않아 알 수도 없는 미래에 살지. 꿈을 이루지 못할까 두려워하면서. 지금 여기를 살지 않으면 행복할 수 없다는 생각이 요즘 들어.”


26  스님은 말했다. “야일은 한 번도 야일로 산 적이 없어. 왜냐면 움직이는 야일과 그 야일을 지켜보는 야일로 분리되어 살았기 때문이지. 하물며 자신과 분리되어 떨어져 산 사람이 어찌 다른 사람과 섞이고 나누고 사랑할 수 있었겠어. 자신 안에서도 가족 안에서도 사회에서도 늘 이방인이었던 거지. 원과 사온에게도. 그게, 그 분리된 자아가 야일을 참 힘들게 했어. 합체해야 해. 합치되어야 해. 분리되어 있는 야일이 하나의 야일이 되어야 해.”


25  막 이천으로 출발했다. 뒷좌석에 휠체어와 함께 앉아있는 아이가 말했다.

“아빠, 행시 짓기 하자. 아빠가 먼저 내 봐.”

느티나무냉면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느 티 나 무. 아빠가 운을 띄워 줄 게. 느!”

“느? 느적 느적”

“티.”

“티 안 나게 느적 느적.”

“나.”

“나는 오늘도 느적 느적.”

“무.”

“무리하지 않고 느적 느적.”

아이의 즉석 행시를 들으며 원과 나는 깔깔 웃었다. 원이 말했다.

“어찌 자기 자신을 저리 적절하게 표현할까? 정체성이 뭔지 아는 녀석이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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