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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 2018. 2. 21. 21:31

31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 <현악 4중주 8번 C단조 Op.110> <피아노 3중주 1번 C단조 Op.8> <피아노 3중주 2번 E단조 Op.67> <바이올린 협주곡 1번 A단조 Op.77> <첼로 협주곡 1번 E플랫장조 Op.107> <비올라와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Op.147>


27  컴컴한 아침. 소변을 뽑으려 불을 켜고 일어나 앉았다. 커튼에 조그만 벌레가 한 마리 앉아 있었다. 네가 나와 밤을 같이 보냈구나. 반가웠다. 한참을 바라보다 커튼을 살짝 흔드니 벌레는 화들짝 날아올랐다. 그러고는 십여 분 동안 앉지 못하고 방안을 날아다녔다. ‘미안하다. 벌레. 그냥 쉬게 둘 것을. 첫사랑이 맨 처음 사랑이 아닌 것처럼 너도 오늘 처음 본 게 아니라 이미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사이일까? 어쨌거나 네가 없으면 나도 없다. 남은 생 잘 살기를.’


22  집 나간 원을, 애석하게도 십 여분 후에 돌아오고야 마는 원을, 곧 나를 집의 안락으로 밀어 넣을 원을 기다리며 집 주변을 굴러다니다 금 간 벽을 본다. 어여뻐 찍어둔다. 원이 이 벽을 본다면 아마도 이렇게 말할 것이다. ‘세상에 금 안 간 곳은, 틈 없는 것은 없을 것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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