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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 2018. 3. 4. 16:36

10  로베르트 슈만. <첼로 협주곡 A단조 0p.129> <비올라와 피아노를 위한 이야기그림책Marchenbilder 0p.113>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1번 A단조 0p.105> <피아노 협주곡 A단조 0p.54> <피아노를 위한 환상소곡집 Op.73>


09  봄이 온다고 원이 도톰한 차렵이불을 마련해주었다. 아이가 ‘아빠와는 저얼~대 어울리지 않는다’고 일갈한 자잘한 꽃무늬이불이다. 활짝 색색 핀 수백 송이 꽃들을 덮고 누우니 좋다. 도톰하고 가벼운 느낌도 썩 마음에 든다. 흐뭇해하다 문득 생각한다. ‘꽃길만 걷자. 꽃은 밟지 말고.’ 그러고는 피식 웃는다.


08  이정모의 『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을 다 읽고 아이에게 권했더니 재미있다며 술술 읽고 있다. 내 나름대로 책을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이렇다. ‘확정되어 불변하는 것은 없으니 자기 자신과 더불어 세상 그 어떤 것에도 묶이지 말고 모든 것을 의심하고 또 의심하라.’


07  북한을 찾은 대북 특사단이 ‘남북정상회담’이라는 성과를 들고 돌아왔다. 평화로 가는 여정의 한 걸음이기를 기대해본다. 문제는 통일이 아니라 평화다.


06  서지현씨의 피해고발을 시작으로 미투운동이 재점화되어 사회를 달구고 있다. 남자들의 찌질한 성욕이 아니라 남자가 차지한 ‘권력’이라는 사회 구조의 치부가, 민낯이, 그 폭력이 피해고발자들의 용기에 힘입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가히 혁명적이다. 여성들이 주체가 되어 남성 권력에 맞서 일어난 혁명이 있었던가? 그러니 ‘혁명적’이 아니라 이 폭력적인 사회 구조를 뒤집는 혁명이 되기를 바란다. 그러다 생각하기를, 나는 권력이란 걸 가진 적은 없었지, 안심하다 덜컥 놀란다. 나는 분명 남성이 권력인 사회에서 나고 자랐고, 그 젠더권력을 누리고 살았다. 남성이라는 것이 바로 권력인데 권력을 가진 적 없다고 여기다니! 조심스레 아주 조심스럽게 돌이켜보니, 분명 내게도 있었다. 남성이라는 권력으로 행한 추한 짓들.


05  원은 조금 더 부지런해지자며 기존 것보다 작은 것으로 냉장고를 교체했다. 20년만이다. 이제 폐가전이 될 냉장고는 신혼살림으로 들어와 여러 곳을 같이 옮겨 다녔다. 헤아려본다. 파주 조리면 봉일천리를 시작으로 서울 서대문구 북가좌동, 서울 은평구 불광동, 양평 양평읍 백안리, 양평 양평읍 양근리, 양평 옥천면 옥천2리를 거쳐 지금의 양평 옥천면 옥천3리까지 함께 했다. 그동안 수고 많았다. 비록 말년에 음식들을 얼리는 등 노쇠한 티를 냈지만, 끝까지 큰 말썽 피우지 않고 시끄럽게 굴지 않아서 고마웠다. 잘 가라. 냉장고.


03  원에게서 때늦은 생일 선물을 받았다.

[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 이정모 지음 / 바틀비

[나무의 노래] 데이비드 조지 해스컬 지음 / 노승영 옮김 / 에이도스

[숲에서 우주를 보다] 데이비드 조지 해스컬 지음 / 노승영 옮김 / 에이도스

[길 위의 독서] 전성원 지음 / 뜨란

[김상욱의 양자공부] 김상욱 / 사이언스북스


01  내일 달집에 묶어 같이 태울 소원을 색한지에 적는다. 소원 같은 거 없다고 머뭇거리는 아이를 채근하니, 에라 모르겠다 일필휘지로 적고는 획 돌아서 [포켓몬스터 공식가이드북]을 읽는다. 뭐라 썼나 보니 “이 삶이 쭉 ~ 이어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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