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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 2022. 1. 14.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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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생일이었다. 아이와 함께 축하 편지를 썼다. 여러 색 색연필로 컬러풀하게 쓴 아이의 편지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생일 축하dream니다. 아프지 말고 건강하고 행복하게 무병장수 하다가 가. 아들이랑 남편이랑 오래오래 살다가 가야지.”

그 뒤는 깍듯한 존댓말로 쓴 흔한 반성과 결심들.

‘살다가 가’ ‘살다가 가야지’라고 ‘가’라는 말을 쓴 게 재미있어 물었다.

“보통 살다가 가라는 식으로 잘 안 하지 않나? 죽음을 뜻하는 거니까. 행복하게 사세요 오래 사세요, 라고 하지.”

“그런가? 나만 그러는 거야?”

“대부분 가라고 끝맺지는 않을 걸? 하긴 너 저학년 때 할머니 생신 카드에도 이렇게 썼었어. ‘할머니 건강하게 살다가 행복하게 죽으세요.’라고.”

“내가? 정말? 크 크. 뭐 다 죽으니까. 잘 죽으면 좋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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