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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 2022. 1. 14.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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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전에 출품하기로 했다. ‘기억의 공간’이 주제였다. 오래 살았던 북가좌동 골목, 비온 뒤 떨어진 꽃잎의 정경을 떠올렸다. 먼저 시작하고 고민하기로 했다. 그러나 만만하게 시작한 그림은 고민을 할수록 수렁이었다. 더 그릴 것인지 그만둘 것인지 갈등을 되풀이했는데, 그때마다 아이가 독려했다. 요지는 이랬다.

지금까지 그린 아빠 그림과는 다른 느낌이다. 그러니 끝가지 가 봐라. 잘 그리면 팔릴 것도 같다. 정 안 팔리면 내가 사겠다.

끙끙거리며 덧칠을 해나갔으나 애초의 애매함은 풀리지 않았다. 굴레에 묶이고 새장에 갇힌 기분이었으며 스트레스 만발이었다. 결국 손을 놓았다. 일단 포기하겠다고 선언하자 아이가 말했다. 아빠 그림 중에서 제일 따뜻했는데 아쉽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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