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92

노트 2022. 1. 14. 10:20

11

저녁을 먹으며 원과 이야기를 나누던 아이가 서로 의견이 엇갈리자 정색을 하며 원을 째려보았다. 찰나였다. 그 표정을 포착한 원이 말했다.

“크 크. 우리 아들은 오늘도 냉정과 열정 사이에서 왔다 갔다 하시는구만. 좀 전에는 따뜻하게 웃다가 금방 눈 흘기시고.”

“엄마 유전이야.”

“웬일이야? 불리하다 싶으면 다 아빠 유전이라더니.”

“엄마도 냉정과 열정을 왔다 갔다 할 때가 있잖아.”

“있지. 누구나 그럴 때가 있지 않나?”

내가 끼어들었다.

“그럼 아빠는 어떤 것 같아?”

나를 보며 눈을 두 번 껌뻑인 뒤 아이가 말했다.

“아빠는....... 열정과 냉정 사이에 있지. 미지근하게.”

예리한 녀석! 평생 애매한 위치에서 애매한 온도로 살아가고 있는 몸이니 달리 할 말이 없었다.

 

19

늦은 오후, 아이가 포켓몬을 잡겠다며 집을 나섰다. 기회는 이때다 싶어 뒤따랐다. 경사로를 깔아주는 아이를 보니 내 웃옷과 내 바지를 입고, 내 신발을 신고 있었다. 제 것 같았다.

생각 없이 마을을 굴러다녔다. 하늘과 구름이 찬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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