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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 2013. 1. 4. 09:35

옷을 벗고 몸을 거울에 비추어본다. 타고난 길이와 비율이야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그간 참 둔하고 불량하게 만들어놓았구나. 푸석하고 칙칙하다. 살빼기는 심신의 공부라 했으니 새해에는 백팔배로 몸과 마음을 다스려볼까?(31)

태홍이 쇼핑몰 서비스로 토정비결을 본다. 기웃거리니 내 사주도 입력해준다. 대길하단다. 학업, 직장, 연애, 금전, 건강 등등 모든 항목이 90점을 넘어선다. 간략히 총평해보면 이렇다. 하고자 했던 일을 하라. 가지고 있는 재능과 능력이 하늘의 복과 만나 크게 떨칠 것이다. 단, 쉬지 않고 움직여야 한다. 매진하며 바삐 살아야 한다. 기회는 또 오지 않을 수도 있으니 몸과 마음을 부지런히 놀려 붙잡아라.(30)

한 해가 지려니 문득 정민의 [죽비소리]에서 보았던 퇴계 이황에 관한 글이 생각난다. 문순공 이황이 단양군수로 있다가 떠나갔을 때의 일이다. 아전이 관사를 수리하려고 들어가 방을 보니, 도배한 종이가 맑고도 깨끗하여 새것 같았다. 요만큼의 얼룩도 묻은 것이 없었다. 아전과 백성들이 크게 기뻐했다.-이식, 택당집(28)

한파에 사람들이 두툼해졌다. 오고가는 그들을 보며 생각한다. 감싸면 감쌀수록 더 추워지는 건 아닐까? 외피가 두꺼워질수록 몸은 약해질 것이다. 나 또한 그렇지 않은가? 나에 ‘나’를 덧대면 덧댈수록 ‘나’에게 갇혀 총기를 잃을 것이다.(26)

네 몸에 선을 긋는다. 뾰족한 것으로. 선은 부풀어 올라 분홍이 되고 분홍은 번져 스스로 꽃이 된다. 네 몸이 피운 것이다. 쓰다듬으니 붉어진 꽃잎이 살랑거린다. 네 바람이 움직인 것이다. 꽃이 따뜻해진다.(24)

우리는 “나처럼 해봐”라고 말하는 사람 곁에서는 아무것도 배울 수 없다. 오로지 “나와 함께 해보자”라고 말하는 사람들만이 우리의 스승이 될 수 있다. - 들뢰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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