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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 2012. 4. 23. 09:47

엊그제 작업실 옆, 지난 여름 배추를 심었던 땅을 뒤집어엎고 비료를 뿌려두었다. 오늘, 읍내에 나가 잎채소들을 사와 심는다. 상추는 기본이고 케일, 치커리, 적겨자 등등 아홉 가지에 대파, 참깨, 땅콩까지. 내게 먹힐 운명이지만 기왕지사 심어졌으니 잘 자라기를.(18)

꿈 이야기. 테러리스트가 되어 친구 시옷과 건물을 폭파하고는 쫓긴다. 기차 아래 숨기도 하고 지하로 숨어들기도 한다. 누군가 계속 우리를 쫓는다. 끝없이 도망친다. 와중에 전쟁이 나기도 하는데 그 포화 속에서도 상하지 않고 연기처럼 피해 다닌다. 그러다 어느 좁고 어두운 방안. 조그맣게 하나 나 있는 창문으로 빛이 들어온다. 혼자다. 창밖을 보니 전쟁도 끝나고 쫓던 자들도 사라진 것 같다. 사방이 고요하다. 안도하며 웅크렸던 몸을 펴고 일어서는데 누군가 방안으로 뛰어 들어온다. 각시탈 같은 탈을 쓰고 꽃무늬 치마를 입었다. 낡은 운동화에 검은 양말을 한껏 끌어올려 신고 있다. 등에는 장검을 차고 있다. 그가 나를 부르며 칼을 뽑는다. 그러더니 자기를 따라 소리를 지르라고 명령한다. 직감하기를 내가 따라 소리를 지르면 내 목을 베겠구나. 그가 악 - 소리를 지르고 나도 따라 악 - 소리치는 순간 그의 칼이 내 목을 벤다. 헌데 마음은 공포가 아니라 평화다. 모든 것이 끝난 것만 같은 안도감이랄까? 죽음이 만족스러워 웃고 있는데 그가 검으로 네 옆구리를 툭툭 치며 말한다. 아직 안 죽었구만. 그 말을 듣는 순간 공포가 밀려온다. 온몸이 오싹하다. 아직 안 죽었단 말인가.(15)

진보신당 정당투표 득표율이 1.13%에 그쳤다. 정당법에 따라 해산의 수순을 밟아야 한다. 홍세화 대표는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며 총선 전에 계획한 제2창당을 준비하겠다 한다.
선거라는 제도에 기대를 걸어본 건 오래고 오래전의 일이다. 이 정치제도 속에서 진보의 틀이 존재하게 되느냐 마느냐가 관건이었다. 진보정당의 해산은 분명 아쉽지만 그렇다고 앞으로 나아가려는 걸음이 멈춰지는 건 아니다. 히읗씨의 블로그에 마실을 가보니 이런 글이 있다. [피와 살을 내주고 뼈를 얻었다. 얻은 성과가 내실이 있고 조합이 좋다. 게다가 자만하지 않고 긴장하게 되었으니....... 당장은 위로가 안되겠지만 괜찮다 괜찮다](13)

투표를 하고 용문사 근처 운요천에서 목욕을 한 후 민물고기생태학습관에 들른다. 아이는 이것저것 물으며 어항 속 물고기들을 본다. 철갑상어 수족관 설명문에 수명이 60년이라 쓰여 있다. 세상에! 60년을 저 좁은 우리에 갇혀 보내야한단 말인가. 어찌보면 나도 40년 넘게 어떤 우리에 갇힌 채 살면서도 그 사실을 알지 못할 지도 모르지만, 저 수족관은 너무도 좁다.
층층이 쌓여 대열을 이루고 있는 작은 수족관 속의 물고기들이 바삐 움직이며 헤엄친다. 스쳐지나가듯 보는데 한 수족관의 물고기 한 마리, 돌 틈에서 가만히 움직이지 않고 수족관 밖을 바라보고 있다. 멍하니 창밖을 내다보고 있는 것처럼. 이름표를 보니 꺽지다. 미동 없이 하염없이 수족관 밖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 그의 눈이 참 깊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문득, 수족관을 비롯해 들판의 생명들을 좁은 우리에 가두어놓고 사람들의 눈요기를 위해 전시하고 있는 동물원에 대해 생각한다. 동물원을 없애자는 주장에 대해 살펴보아야겠다.(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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