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111

노트 2014. 11. 13. 09:54

02  난생처음 새 차가 생겼다. 부드럽고 말끔한 모닝을 몰고 원소리로 가 3대가 팔봉산과 매봉산을 다녀왔다. 오고 가는 길에 노랗게 물든 낙엽송들은 햇빛을 받아 찬란했다. 마치 이 가을에 피어나기 시작한 것처럼 엄마와 아버지의 백발도 하얗게 빛났다. 이렇게도 아름다운 가을이라니. 찡하기도 하고 흐뭇하기도 하고 울컥하기도 하고 홀딱 반하기도 했다. 다시 한 번 생각했다. 가을은 지는 계절이 아니고, 엄마와 아버지 그리고 외람되지만 나 또한 지는 시절이 아니다. 모두 빛나는 한 순간 자체다. 순환하며 지나가는 모든 순간은 동등하고 평등한 무게와 깊이로 제 순간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 순간에는 앞뒤가 없고 나고 지는 것도 없다.   

04  서울을 가기 위해 양평역 플랫폼을 서성이는데 청량리행 무궁화호가 천천히 들어온다. 정동진에서 오는 열차다. 묵호를 지나 태백과 사북을 지나 영월과 제천을 지나 원주를 거져 오는 길일 것이다. 정동진. 원과 연애할 때 한 번, 부모님 칠순 때 한 번 다녀왔었다. 그건 모두 지난 일. 내일을 생각한다. 눈 내리는 겨울 한 날, 원과 온과 꼭 가보리라.

05  원 : 엄마가 제일 좋아하는 나라가 어딘지 기억해?
     온 : 쿠바지.
     원 : 맞아. 쿠바. 기억해줘서 고마워. 그 쿠바라는 나라에서 에볼라로 고생하고 있는 아프리카에 의사와 간호사를 
           엄청 많이 보낸데. 멋지지?
     온 : 에볼라가 뭔데?
     원 : 아프리카에 퍼져서 사람들을 아프게 하고 죽게 하기도 하는 무서운 병균이야. 그 병균을 잡고 사람들을 구하러
           쿠바의사들이 멀고도 먼 길을 가는 거지.
     온 : 멋지다. 쿠바.

온과 이야기를 주고받던 원이 핸드폰을 열어 아프리카에 도착한 한 쿠바 의사의 말을 읽어주었다.
나는 혁명가적 의사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 에볼라 전염병과 싸우는 아프리카 인민들을 돕는 것이 그것이다. 우리는 어제 도착했고 곧 에볼라와의 싸움에 나설 것이다. 인류가 아프리카에 진 빚을 갚아야 한다. 에볼라가 전 세계로 퍼지는 것을 막을 유일한 방법은 바로 이곳에서 에볼라를 멈추게 하는 것이다. 이 위대한 대륙에 더 이상 에볼라 희생자가 나타나지 않도록 나는 온 힘을 다할 것이다.


'노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15073  (3) 2015.07.25
15072  (2) 2015.07.17
14103  (0) 2014.11.04
14102  (0) 2014.10.23
14101  (0) 2014.10.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