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91

노트 2015. 9. 2. 16:47

08  데크를 만들다 점심을 먹고 쉬는 시간. 현장 주변을 거닌다. 여기저기 마타리가 노랗다. 길고 마른, 나보다 훌쩍 큰 마타리 아래에서 파란 하늘을 본다. 아! 가을이다.

 

 

 

01  스승과 책과 기도와 함께, 그리고 일상의 편린들, 만나고 헤어지는 다양한 인연들 속에서 공부에 애쓰고 있는 원이 새로 구입한 책들이 도착했다. 언젠가 스님이 웃으며 말했었다. 원과 내가 전생에 엎치락뒤치락 경쟁하며 수행하던 도반이었을 거라고. 전생에 이루지 못한 깨달음을 위해 이생에 다시 온 걸 거라고, 둘을 떼어놓으면 각자 어디로 튈지 몰라 부부로 엮여진 것일 거라고. 믿거나 말거나. 어쨌거나 인연 중에서도 범상치 않은 인연인 셈. 허나 지금, 원의 공부 부스러기들을 게으르게 받아먹고 있는지라 ‘엎치락뒤치락’은 언감생심. 생각하건대 전생에서도 아마 나는 원을 좇았을 것이고 다다르지 못했을 것이다.

헌데 묘하다. 언젠가부터 원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알 수 없는 경쟁심이 발동한다. 깨달음에서 지고 싶지 않은? 딱히 꼬집어 말할 수 없는, 그런....... ㅎ. 평생 한 번도 누구와 경쟁해 본 적도 없고 그럴 생각조차 없었거늘. 정말 전에도 서로를 북돋았고 지금도 영향을 주고받는 그런 도반인 것일까? 어쨌거나 응원한다. 원의 공부를. 그리고 박차를 가한다. 나의 분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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