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82

노트 2015. 8. 13. 23:07

17  꿈. 알 수 없는, 아마도 지방 소도시 쯤? 원과 함께 버스를 타고 어디론가 가고 있다. 창밖을 보며 거리를 구경하는데 한 건물의 1층이 환하다. 그곳에서 여자들이 벨리댄스를 추며 즐거워하고 있다. 그 색채가 울긋불긋한데 따스하다. 다른 곳을 보고 있는 원에게 저기 좀 보라고 했으나 버스는 이미 코너를 돌아 어둑어둑한 길을 가고 있다. 원에게 불빛과 여자들과 춤과 색과 따스함에 대해 이야기했더니 원이 말한다. “봤으면 좋았을 걸. 하지만 이야기만으로도 가슴이 뛰네.”

 

13  읍내 강가 까페 인테리어를 마무리 하고 있는데 갑자기 바람이 뾰족하고 거세게 불기 시작했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어두워지고 있었고 곧이어 천둥이 우르릉거리더니 비가 한두 방울 내리기 시작했다. 얼른 테이블 쏘와 나무들을 덮고 실내로 들어가 일손을 놓았다. 길쭉하고 까칠한 지읒이 말했다. 저기 강 좀 봐 봐. 비가 이리로 오고 있어. 짐짓 무심한 척하다 강을 보니 멀리 수면이 안개처럼 하얗게 읍내로 몰려오고 있었다. 마치 수백 마리의 말들이 먼지를 일으키며 황무지를 달려오고 있는 것처럼. 그리고 읍내는 굵은 소나기에 휩싸였다. 이런 날에는 차를 몰고 홀로 와이퍼와 사귀며 어디든 가야 그만인데. 사는 일이 그렇듯 목적지 같은 건 필요 없이.

 

12  눈이 쌓이면 넘지 못해 갇힌다는 세월리 고개를 넘는다. 마루에 다다르니 강 건너 읍내의 불빛이 반짝인다. 순간 내가 몸담은 삶이라는 게, 울고 웃는 내가 그저 꿈인 것만 같다. 또 다른 차원의 내가, 아니면 누군가, 혹은 알 수 없는 무엇인가가 꾸는 꿈속에서 차에 실려 탈 탈 탈 집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만 같다.

 

'노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15091  (2) 2015.09.02
15083  (2) 2015.08.22
15081  (5) 2015.08.04
15073  (3) 2015.07.25
15072  (2) 2015.07.17
: